관람기

파우스트 단상

멍곰C 2014. 9. 1. 00:37

더 데빌

 

선과 악의 선택은 결국 인간의 몫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블랙 먼데이를 맞아 먼저 신을 버리고 악에 손을 내민 것은 존이었고 파멸에 치달으면서도 끝까지 신의 이름에서 구원을 얻은 것은 그레첸. 생각해보면 굉장히 간단하고 명료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장면을 쪼개고, 그 사이에 있는 수 많은 상징들이 정작 중요한 부분을 가리고 있는 걸까.

 

그의 이름은 중요치 않아. 그를 불러서 행복하다면.

 

결국 존에게는 그레첸이, 그레첸에게는 존이 신이었는가보다. 신이 그레첸의 앞에 나타났을 때 존의 모습을 하고 있었던 것도 존을 구원한 것은 그레첸이라는 것도. 어쩌면 신은 그레첸을 구원하고 끝내려 했을지도 모르겠는데 그 순간에도 존을 걱정하고 그의 구원을 빌고 있었던 그레첸의 뜻에 따라 존에게 다시 한번 선택의 기회를 준 것 같았다. 자신이 저지른 악행들, 그레첸에 대한 폭력들에 대한 기억을 되살리고 계약을 끝낼 방법을 알려주고 그의 눈 앞에서 그레첸의 죽음을 보여주는 것. 결국 자신을 버려서라도 그레첸을 돌려받는 것을 선택하게끔. 그래서 예전처럼 그 안에서 행복할 수 있도록.

 

 

 

 

메피스토

 

파우스트 이야기를 다루면서 메피스토를 전면에 다룬 건.. 그래 신선했다고 치자. 그 설정대로 극은 전미도의 메피스토가 되었는데 아무리 원작이 그렇다해도 포커스를 다 맞춘 상황에서 뺏어가버리면 내 상실감은 도대체 뭐로 채우나. 와 정말 내가 메피스토가 된 줄 알았어. 니가 신이면 다냐.

 

취향과 부합하지는 않았지만 죽달에서부터 이어진 서-한 콤비의 공연은 취향을 제껴두더라도 한 번씩은 꼭 보자싶을만큼 짜임도 좋고 신선했는데 왜 이렇게 되어버린걸까. 분명 오이디푸스까진 괜찮았던 것 같은데.. 안그래도 인력풀 좋은 공연 바닥에 또 한 페어를 이렇게 버리게 되나.

 

 

 

- 더 데빌을 쓰다보니 시간은 좀 많이 지났지만 묶어버리게 된 메피스토.

  파우스트가 좋은건 알겠는데 섣불리 건들였다간 위험하지 말입니다.

 

- 분명 메피스토 보고 열받아서 파우스트를 질렀는데 왜 아직도 책장에 장식만 되어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