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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기 2014. 4. 6. 22:27다시 만난 좋은 공연들
어쩌다 빨래15차와 날보러와요의 자체 첫공을 하루에 모두 보게 되었던 날. 한 건물 안에서 오랜 시간 앉아있느라 꼬리뼈와 허리가 고생스럽긴 했지만 고통을 감수할 수 있을만큼 두 공연 모두 좋았기에 기쁜 마음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 날보러와요
범죄가 일어나면 대부분 해당 사건의 피해자와 가해자에게 집중을 하곤 한다. 날보러와요를 좋아하는 이유는 극의 전면에 피해자와 가해자가 나오지 않으면서 또 다른 피해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범죄와 관련된 수 많은 사람들. 형사, 기자, 목격자, 용의자, 용의자의 가족과 지인.. 자신의 일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 피해자와 가해자는 범죄가 벌어지는 순간부터 그 사건이 자신의 일상이 되곤 한다. 그러나 언뜻 피해자로 보이지 않았던 관련자들. 사건에 한 발 걸쳐있지만 자신들의 일상이 있는 그런 사람들. 이런 잔혹한 범죄는 그런 사람들까지 피해자로 만들어버리기에 더 무서운 것인지도 모른다. 범죄를 해결해가는 와중에도 싸우고 화해하고 사랑하고 헤어지는 그 소소한 일상들이 시간이 지날수록 사라지고 사건만이 자신의 모든 것이 되어가는 것. 어느새 그들은 또 다른 피해자가 되어버린 것이다.
어딘지 모르게 아련하고 무채색 느낌의 09년과 좀 더 현실감 있게 다가오는 이번의 차이는 알 수 없지만 거기에 담겨있는 인간에 대한 애정은 여전히 그대로였다. 거기에 누구 하나 튀는 이 없이 고루 어우러지는 팀을 본다는 게 이렇게 기분 좋은 일일 줄이야. 팀 안에서의 밸런스가 맞으니 더 잘 보이는 관계들까지. 조형사와 박기자의 관계와 노수산나 배우의 미스김은 특히 눈여겨보게 되었다. 프리뷰가 이럴진데 본 공연에 들어가면 얼마나 더 좋을까!
이번 시즌에서 말하고 넘어가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 남씨부인임은 모두가 느끼지 않을까 싶다. 예상은 했지만 어쩜 이렇게까지 잘할까. 딱 한 번 등장한다는게 의심되는 캐스팅. 등장할 때부터 퇴장할 때까지 이봉련 배우에게서 단 한 순간도 시선을 놓을 수가 없었다. 비중이 크지 않은 캐릭터임에도 매번 연기파 배우들이 캐스팅 되어 감탄을 했던 기억은 있지만 이렇게까지 강렬한 적은 없었다. 어쩌면 밸런스 맞는 팀과 어우러져 더 강한 임팩트를 남긴 것인지도 모르겠다.
좋은 공연에서 볼만큼 봤다는 건 해당사항 없음을 왜 몰랐을까. 새삼 이 공연이 어디선가 계속 하고 있어서 내가 보고싶을 땐 언제든 가서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빨래
잘 만들어진 극에 보고 나면 기분도 괜찮은데 선뜻 예매를 하지는 않는 공연이 몇 있는데 빨래도 그 중 하나였다. 오래 전에 한 번 보고 재관람이 없었던 공연인데 이지숙, 강정우 배우는 봐야지 않겠나 싶어 예매. 볼 수 있는 날짜가 몇 안되어 선택권 없이 예매했던 날인데 운이 좋게도 누구 한 명 빠지는 이 없이 모든 배우들이 만족스러운 공연을 안겨주었다. 원랜 이게 당연한건데 어쩌다 이렇게 되었나..
배우를 보러 갔으니 배우 이야기를 하자면.. 나영이 들어오는데 내가 사랑에 빠져 버렸네..! 이지숙 배우가 전형적인 미인상인것 같지도 않고 내 취향의 얼굴도 아닌데(전보다 더 살이 빠지셨나.. 광대가 더 도드라져보여서 잠시 헉!했다) 보는 순간 납득. 저런 곳에서 저런 아가씨를 처음 보는데 어떻게 사랑에 빠지지 않을 수가 있죠! 자그마한데 밝고 착한데다 사랑스럽...쓰다 보니 솔롱고가 부러워지니 여기까지만 하도록 한다. 강정우 배우의 경우, 첫 등장에서 다른 의미로 놀라긴 했으나 생각해보면 몸 좋은 젊은 남배우는 많을텐데 내가 워낙 익숙치 않으니 자꾸 놀라는건가.. 이건 자체디스로 빠지는 것 같으니 넘기기로 하고 저음에서 들리는 울림이 꽤 깊어서 조금 놀랐다. 외모는 다양한 이미지를 품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목소리까지 그렇다니 어쩌면 이 쪽이 제일 롱런할 배우가 되지 않을까. 덕후의 눈은 틀리지 않는다고 누군가 주장한 바대로 솔롱고가 맞춤옷처럼 잘 어울려서 정말 즐겁게 관람했다. 물론 끝에가서 너무 달달한 나머지 잠시 짜증을 내었다만.. 자, 이제 내가 원하는 이미지의 역할도 한 번 해주시는게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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