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이미지
멍곰C

Rss feed Tistory
관람기 2014. 7. 13. 02:48

수탉들의 싸움_COCK

보는 내내 이렇게 현실적일 수가 있을까 싶었다. 내가 봐왔던 수 많은 사람들과 수 많은 말들과 더불어 내가 했던 고민들까지 고스란히 있었다. 단순히 보면 막장으로 보여지는 삼각관계 속에서 이러한 이야기를 끌어냈다는 점에서 작가의 발상에 감탄했고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가 대사를 통해서 나오는걸 보고 또 한 번 감탄했다. 문장이 매끄럽다거나 멋지진 않았지만 직설적으로 던져지는 대사들이 스트레이트로 치고 들어와서 통쾌하기도 했다. 사실 우리 사회는 성정체성에 대한 건 회피하거나 돌려말하려는 성향이 남아있지 않던가.

내 기억에 의하면 동성애에 대한 반응은 크게 정신병으로 취급해서 고치려 들거나(혹은 진짜 자기 짝을 못만나서라고 회피하거나) 유전자처럼 원래 그렇게 태어난 것이다라고 받아들이는 둘이었다. 마치 W와 F처럼 말이다. 근데 극 중에서 M과 F가 끊임없이 존에게 요구하는 것처럼 이건 그냥 개인이 개인을 좋아하는 문제가 아니가. 사회가 동성애라고 분류시키자 감정의 문제가 정체성의 문제가 되어 버렸다. 어째서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성별이 무엇이냐에 따라 내가 무엇인지가 결정되는걸까. 거꾸로 말하면 -존이 그랬듯이- 내가 무엇인지를 결정해야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결정된다니 이거 참 아이러니하지 않은가.

수탉들의 싸움에서는 개인의 감정과 사회의 잣대가 끊임없이 오간다. 존이 7년간 사귄 M과 헤어지고 W를 만난다. 단순히 보면 이건 그냥 헤어지고 다른 사람을 사랑하게된 것 뿐이다. 그런데 존은 다시 M에게로 돌아오고 W와의 관계를 털어놓는다. 사랑하는 사람의 성별이 달라지면서 정체성의 문제가 된 탓이다. 저 사람인지 나인지를 결정하라던 M과 W도 자신이 버려질 것 같자 사회적인 관계를 끌어들인다. 더이상 존에게 이 결정은 내 감정에 대한 문제가 아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달라지는 것과 정체성이 달라지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이제까지 자신이 쌓아온 관계를 부정하게 되는 일이 될 수도 있고 더 나아가 자기 자신을 부정해야하는 일일 수도 있지 않은가. 분류를 해버린 것. 애초에 그것부터 잘못된 일은 아니었을까.


'관람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파우스트 단상  (0) 2014.09.01
프리실라  (0) 2014.07.21
오랜만에 무인도  (0) 2014.06.17
여신님이 돌아왔다!  (0) 2014.04.28
공동경비구역 JSA  (0) 2014.04.14
,
TOTAL TODAY